▲ 이광회 디지털뉴스부장 최근 한 모임의 출범식이 있었다. 기업인들과 학계·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주축이 된 소모임이었는데 가서 보니 취지가 가슴에 쏙 파고들어 왔다. '인터넷을 지식공간으로 업그레이드하자.'
모임 첫날은 숙명여대 강미은 교수(언론정보학)가 전 세계 지식정보를 모아 둔 인터넷 사이트와 강연 내용을 우리말로 풀어 소개하고, 학문적 의미를 보태는 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새 사이트들이 열릴 때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내용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우리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우리는) 인터넷 강국이 아니라 후진국이다', '표피적이고 천박하다.'
"세계의 인터넷은 '지식센터'로 변신 중입니다. 유명대학, 유명인사의 동영상 강연은 얼마든지 무료로 볼 수 있죠. 새로운 디지털 문명이 구축되고 있어요. 소름 끼치는 일이죠. 문제는 우리가 이를 모르고 있다는 점인데 솔직히 이 부분이 더 소름 끼칩니다. 이대로 가면 미래는 장담 못해요." 강 교수의 지적이다.
2009년 여름 우리 인터넷 공간의 생태환경은 어떠한가. 컴퓨터의 시작 버튼을 눌러보라. 듣기 거북한 욕설과 근거도 내용도 없는 낚시기사, 얼굴 붉어지는 선정성 제목과 사진들로 넘쳐난다. 일부 지식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반응도, 공명(共鳴)도 없다. TV의 '막드'(막장드라마)가 비난받지만 인터넷 공간의 추잡함, 저질스러움에는 비할 바 아니다. 한 포털의 '지식인' 코너는 요즘 '초딩(초등학생)들의 놀이터' 비아냥을 듣고 있다.
바깥세상의 인터넷 공간은 그렇지 않다. 예일대는 지난 6월 최대 180여 과정의 수업을 인터넷에 무료 공개했고, 이에 앞서 MIT는 2007년부터 'MIT 오픈코스웨어(OCW)' 이름으로 1900여 강의를 무료 오픈했다. 아카데믹 어스(Academic Earth)는 하버드 등 미국 내 수백개 대학의 유명 강좌를 동영상으로 제공 중이고, 팝테크(Pop! Tech) 사이트는 토머스 프리드먼 등 쟁쟁한 당대 인사들의 최신 강연을 공짜로 보여준다. 이 밖에도 팝 아이튠스(iTunes), 구글크롬(Google Chrome), 스텀블어폰(Stumble Upon), 테드닷컴(http://TEd.com), 월드디지털라이브러리(World Digital Library) 등 이름조차 못 들어 봤던 수많은 고급 지식정보 터들이 인터넷 공간에 속속 만들어지고, 네티즌들에게 값진 지식을 매일 선물하고 있다.
'우리'와 '바깥'의 차이는 인터넷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바깥 세계에서 인터넷 공간은 만인들에게 지식의 혜택을 골고루 뿌리는 유익한 그릇으로 이해된다. '인터넷 혐오증'이 팽배한 우리가 못 느끼는 부분이다. '전 세계적인 교육수준의 향상, 나아가 전 세계의 생활의 질 향상을 위한다는 (학교) 설립 목적에 충실하기 위해 인터넷에 무료 공개한다.' MIT의 오픈코스웨어 도입 이유만 봐도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을 지식센터로 바꾸는 작업에는 많은 돈이 소요된다.강의 저작권 문제와 유명인사의 강연비 등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가지만 미국의 경우 멜론재단 등 공익재단과 BMW·구글·렉서스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우리도 몇몇 지식정보 사이트들을 갖고 있지만 접근비용이 너무 비싸다. 한 유명 경제연구소 사이트의 경영정보 서비스는 연회비만 120만원이다. 이런 토양으로는 고급지식을 무한정 무료 제공하는 인터넷 강국들과 경쟁할 수 없다.
"인터넷은 지혜를 맡기면 이자를 돌려주는 (지식)은행이다." 일본 하테나사(社) 창업자 곤도 준야(近藤淳也)는 인터넷의 장점을 이렇게 역설한다. 인터넷 지식 업그레이드를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인터넷을 지식센터로 만들어 가는 한국적 상생모델의 탄생을 간절하게 기대해 본다. 인터넷 강국이 디지털 비(非)문명국 내지 미개국으로 추락할 수는 없는 일이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8/14/2009081401460.html


